두 어 달 전부터 일요일에는 집 앞에 있는 목욕탕에 다니기 시작했다. 목욕탕을 다니기 시작하면서부터 때수건으로 몸의 때를 밀기 시작했다. 하지만 혼자서 가는 까닭에 등의 때를 밀기는 어려웠다. 목욕관리사가 있었지만 내키지 않았다. 그래서 목욕탕에 처음 몇 번 갈 때에는 등까지 개운하게 때를 밀지는 못했다.
그러다 문득 내 자신이 부끄럽다는 생각이 들었다. 왜냐하면 그 곳에는 나 말고도 혼자 와서 목욕하는 사람들이 많았는데, 처음 만나는 사람과도 어울릴 줄 알고 나아가 협상을 통해 원하는 바를 얻어낼 수 있어야 하는 변호사인 내가, 잠깐 동안의 어색함을 견디지 못해 서로 등을 밀어 주는 게 어떠냐는 말조차 꺼내지 못하고 있음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 다음부터는 혼자서 때를 밀고 있는 사람이 있으면 말을 걸어 서로 때를 밀어주자고 제안했고 온 몸이 개운한 목욕을 할 수 있었다. 많은 로펌 소속 변호사들이 연봉 등을 협상할 때 조건을 제시함에 있어 어려움을 느낀다. 그런 어려움의 대부분은 고용불안으로부터 야기되는데 특히 그 기저에는 상대방을 기분 나쁘게 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깔려 있다. 즉 자신이 받고 싶은 월급이나 인센티브를 제시하는 것 자체가 고용주를 기분 나쁘게 하고 그래서 회사를 그만 두게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자신이 원하는 바를 제시하지 못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런 식의 협상은 개운하지도 않고 변호사답지도 않다.
그리고 염두에 두어야 할 것은 협상에 응하는 고용주 역시 변호사로서 합리적인 사고를 하고, 특히 대부분 연배가 높은 선배로서 협상은 협상 그 자체로 볼 줄 아는 어른이라는 점이다.
따라서 연봉 등의 협상을 함에 있어 자신이 원하는 바가 무엇인지를 제시하는 일을 피하거나 주저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다만 협상을 함에 있어 자신이 원하는 바를 관철시킬 수 있는 카드를 자신이 가지고 있는지는 별개의 문제이다(목욕탕에서의 내 카드는 상대방의 등을 밀어주는 것으로서 상대방도 분명히 필요한 것이었다).
고용주와 연봉 등을 협상하는 일은 고용주와의 대결을 의미하지 않는다. 오히려 내 경험에 비추어 볼 때 협상 과정에서 고용주와 가장 적나라하게 이야기할 수 있었고, 그 때 생각과 마음을 터놓고 이야기하면서 서로를 이해할 수도 있었으며 그것이 신뢰로 이어졌다.
그러므로 만약 연봉 등을 협상하게 된다면 변호사답게 개운한 마음이 들도록 원하는 바를 이야기 해보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