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AUD LAWYER
Lawyer Column

변호사 칼럼

2023-05-01

4차 산업시대에서의 지식을 나눈다는 것

필자의 전문분야가 '잘 알 것 같은 사람에게 물어보기'라고 이 코너에서 밝힌 바 있으나, 최소한의 양심은 있는지라 그래도 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는 이런저런 조사와 연구를 먼저 하려고 한다. 그 과정에서 겪은 일이다.



어떤 쟁점에 관하여 조사를 하다 보니 판례는 없고 이른바 적극설과 소극설이 대립하고 있는데, 그 분야에 저명한 A교수의 교과서에는 적극설을 지지한다고 되어 있었다. 그런데 딱히 논거로 제시한 것은 없으면서 각주에 'B교수의 교과서 몇 면'이라고만 적혀 있었다. 그래서 다시 B교수의 교과서를 찾아 해당 부분을 살펴보았는데, 그 역시 딱히 논거를 제시한 것은 없으면서 각주에 'A교수의 교과서 몇 면'이라고만 적혀 있었다. 동어반복을 겪은 상황인데, 의뢰인에게 'A교수와 B교수가 그렇게 해도 된답니다'라고 회신할 수는 없으니 사뭇 당황스러웠다.



곽윤직 선생님이 쓰신 민법주해 머리말에 보면 '확실한 견해가 담겨진 논문이란 매우 적다고 하여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라는 표현이 나온다. 민법주해를 처음 접하던 어린 시절에는 솔직히 대가의 오만함 같다는 거부감도 있었으나, 일을 해나가면서 의외로 확실한 견해가 담겨진 논문이나 자료가 매우 적다는데 동의하게 된다.



필자가 자료를 잘 찾고 연구하는 능력이 부족한 탓이 가장 크겠으나, 다른 원인으로는 실무에서 다루어지는 내용이 외부에 잘 공유되지 않는 탓도 있어 보인다. 개인적으로 대한변호사협회 등에서 주관하는 연수교육에 참석해 보아도, 개론적인 차원의 강의는 잘 이루어지는 반면 속칭 '엑기스'는 잘 공개되지 않는 듯하다. 결말이 궁금한 상태에서 불 켜지는 극장 같은 느낌이랄까.



물론 실무에서 구체적인 사건을 놓고 치열하게 연구한 내용은 그 자체가 담당 변호사의 지식재산이고 영업비밀에도 해당할 수 있다. 그걸 별다른 대가 없이 외부에 공개할 이유도 없고 요구할 근거도 없을 것이다. 그러므로 여건이 허락한다면 변협의 연수교육에 차등을 두어 개론적인 내용 외에도 (다소 부담이 늘더라도) 수준 높은 지식의 전수도 가능하도록 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렇게 되면 필자 같은 사람한테 번번이 시달리는 고수들의 노고도 줄어들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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